All of a Sudden (2026)

공식 줄거리

Two scholars exchange letters about chance and risk. As the philosopher falls ill, their academic correspondence evolves into intimate discussions about mortality and a deeper connection forms between them.

느낀점

Mari와 Marie-lou 는 아예 다른 두 사람 같으나 사실은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이름이 말해 주듯.

Marie-lou는 Mari의 연극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더하여 영어 번역은 Mari의 연극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고 했다. 모든 창작물이 그러하듯, 그 연극은 Mari의 생각, 본체, 가장 깊은 것들이 깃들여진 것이다. 깊은 것과 깊은 것의 만남. 그래서 Marie-lou가 Mari에게 한말은 다음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나의 심장을 찔렀어요’ 또는 ‘당신이 나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서로를 깊게 발견한 것 이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 던 것 같다.  어떠한 사람에 대해서 알기 전에, 그 사람을 먼저 알아 버린 적. 그러니까 그사람의 배경, 과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전에 그 사람의 중심부를 심장을 찌르듯 먼저 마주하게 되는 기이하고 환상적인 경험 말이다.

불어를 하는 일본 여자. 일본어를 하는 프랑스 여자. 초반부에서는 Marie-lou의 일터 요양원을 중심으로 그녀의 강인한 성격과 그 안에 있는 따듯함과 동정심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펼쳐졌다.  그 이후 Mari 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분위기가 마법처럼 바뀐다. 약간 미스테리하고 신화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Mari는 겉으로는 봤을때는 유하지만 Marie-lou처럼 용기와 쉬이 꺽이지 않는 의지가 있다. Marie-lou는 반대로 강한 모습 속에 Mari처럼 사람을 향한 따듯한  진심과 헌신이 있다. 하지만 그 둘은 분명 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이고,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서로를 만나기까지 걸어온 길들도 많이 달랐을 것 이다. 이 점을 반영하듯 영화에서도 계속 “who are you?”  “I still know nothing about you” 같은 대사가 몇 번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짧은 시간동안 깊고 친밀한 우정을 쌓아간다.

어쩌면 ‘죽음’이 그들을 서로에게 더 가까이 끌어당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업상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함께 준비하고 바라봐주는 Marie-lou와, 본인의 죽음과 맞서고 있는 Mari. 죽음에 대해서 한 두가지 아는 두 사람이었던 것이다. 영화를 본 지 몇일 지난 지금,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들의 우정이 정말 아름 답다고 생각된다. 

3시간 조금 넘는 상영시간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당연하고, 마땅하고, 다행이라 여겨졌다. 물감처럼 스며드는,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운이 짙게 남는, 그리움을 초래하는 그런 영화. 지나간 것에대한 그리움 그리고 아직은 곁에 있지만 지나가 버릴 것 들에대한 그리움까지. 게다가 중간중간에 쏠쏠하게 유머스러운 장면들도 있었다. 죽음이라는 주제와, 3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었지만 전혀 무거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따듯한 햇살아래 긴 산책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두 사람의 깊은 우정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영화의 다른 주제인 죽음,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타인을 향한 동정심을 탐험하게 된다. 요즘 부쩍 노년기와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노인들의 삶이 궁금해졌달까. 반갑게도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파리의 한 요양원이었다. 그리고 많은 노년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어떻게 늙을 것이고, 어떻게 죽을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늙는다는건 죽음에 한발 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것.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 한 것이 죽음이다. 영화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마주 해야 할 것인가 살며시 질문을 하고 넌지시 대답도 하는 듯 하였다. 

물론 그리스도인으로써 영화가 주는 희망은 꽤나 약하게 다가 왔었다. 나의 희망은, 적어도 나의 제일 큰 희망은, 이 세상에 있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이 영화, 뉴질랜드 국제영화 페스티벌 목록을 보다가 맘에들어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신기하다. 왜 신기하냐면,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이 기쁨이 누군가가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P.s. 영화 OST가 공개되어서 하루종일 듣고 있다. Youtube에 Soudain OST (2026) 라고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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