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초록 기와 집

Summer, 2022 South Korea

내가 이 집에서 자랐다. 아니 이 집이 나를 키웠다. 누군가는 이 집을 더러 낡고, 허름하고 오고 가는 발길이 드문, 시골의 볼품없는 옛날 집이라 하겠지만, 이 집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감사하고 따듯한 나의 집이었다. 여기서 그 누구보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고, 좋은 친구들과, 좋은 어른들 밑에서 자랐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3년 만에 찾아온 할아버지 집이, 내 눈엔 무척이나 지저분했다. 물티슈로 닦으면  먼지로 시꺼메지는 장판을 닦는 내내, 평소와는 달리 더러운 것에 대한 예민함 대신, 마음에서 정이 쏟아져 나왔다. 바닥에 말이다. 내가 이 마룻바닥에서 여름방학 숙제를 했고, 친구들과 공기놀이했고, 낮잠을 잤고, 가족들과 동네 친구들과 수박을 먹었고, 밥도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바닥을 닦았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닦았다. 70년대에 한 사랑스러운 가정을 위해 정성스레 지어진 이 예쁜 집을 나는 사랑했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왠지 내가 이곳을 떠나 바다 건너 저 멀리 감으로써, 이 집을 배신했다는 기분이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서 숙덕거리고 있었다. 이 집은 수십 년간 달라진 게 없는데, 나는 이렇게 변해있는 게, 제 밥벌이하는 그런 무난한 어른이 되어 있는 게 씁쓸하기까지 했다. 나는 속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잡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바닥을 깨끗이 하는 데에 다시 몰두했다. 지금이야 집이 불편하다며 탄식을 내뱉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 지붕 아래서의 많은 추억이 내 안에 담겨 내 마음에 무게감을 더한다.

이 동네는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어렸을 때 같이 놀던 언니 오빠 동생들은 하나같이 다 떠났다. 여기저기 콘크리트가 깔리고, 곳곳에 외지인들이 집을 사서 들어와 있다. 3년 전에 왔을 때 마을회관의 한 방을 가득 채웠던 할머니들의 수는 반 이상으로 줄었다. 이곳은 더 이상 내 기억 속의 그곳은 아니다. ‘그곳’은 이제 내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곳일 뿐이다. 하지만 이 집은 ‘그곳’의 남아 있는 한 가닥이다. 나의 기억 항아리를 휘저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 되었다.

며칠이 지난 이제, 집은 제법 집 같아졌고, 말끔하기까지 하다. 물론 엄마가 9할 한 거지만, 마루만큼은 나의 소관이었다. “사랑하는 초록 기와집! 앞으로 남은 며칠도 잘 부탁해…!” 라며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유독 곳곳의 초록이 눈에 띄는 여름이다. 나의 2022년 여름은 이제 새로운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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