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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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유희’
더 이상 좋다고 해서 가지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게 이롭지만은 않을 때가 있다. 마음 같으면 단번에 달려가, 그 탐나고 아름다운 비수를 내 심장에 스스로 꽂아버리겠지만, 이젠 이 세상의 모든 빛나고 황홀한 것들보다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더 소중한 이유가 내 마음에 자리 잡아 꿈틀거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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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노예
마치 익숙한 것 처럼, 늘 그랬던것처럼 내게 다가와 말을 걸고. 나 왜 당신이 나의 비밀들을 알아챈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 두둑한 안개를 뚫고 나의 목격자가 된건가요? 나는 주춤하고 당황했지만 시선을 돌릴 수없었어요. 나는 이제 자유인이 아니에요. 밤이나 낮이나 자유롭지 못하고 늘 사로잡혀있죠. 나를 묶어둔 자물쇠의 열쇠를 내 두 손에 쥐고 있으면서요. 무거워요, 아프고.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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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언젠가 본 당신의 허망한 눈빛. 그 텅 빈 눈 빛에 위로를 받았어요. 단색 정장을 입고 터벅 터벅 걸어가던 당신,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어요. 가볍지만, 어딘가 모르게 주저하는 발걸음.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당신이 떠올랐어요. 차가웠나요 지난 세월? 마음 아픈날도 많았죠? 그런데 당신은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멋지고 똑똑한 사람이니까, 아픈만큼 깊은 기쁨도 많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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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느껴지는 공허함. 찰나의 순간, 앞사람의 눈에서 영원이 보였기 때문이라. 그 영원의 여운이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 영원 속에 나도 반드시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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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면
매일 너를 바라보고 있자니모습이 바뀌어가끔은 바다처럼어느날은 하늘처럼위로 찾아 고갤들면흐린날 회색에 이어하늘 따라 하늘색 넘어언제는 표현 못 할 미지의 색너는 투명하지 않았던가?너의 수 많은 모습들이나를 경이와 두려움 사이에 놓아내려가 너를 손에 담으면너는 시치미 떼듯 내 손바닥만 비치겠지하지만 약오르지 않아나는 멈출 생각이 없어계속 변한다해도영원히 형상을 숨긴다해도너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그 진실을 투영시켜네가 알고 싶어서너를 들여다 보면내가 보여너를 통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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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모래성
파도가 친다내 마음속에경이로운 건지폭풍같은 건지잘 모르겠다 일렁이는 파도가재미있는 것 같다가도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간다해변의 물결처럼물결이 스친 곳엔 흔적이 남는다 제 각기 다른 모양새의 곡선들이나의 모래성을 지나울타리를 깎고새로운 모래를 덧붙이고끝내, 나는 변화한다모래성은 매순간이위태하다그래도 나는 이 파도에내 성을 맡긴다나를 붕괴시킬지영광스럽게 할지알 수 없지만나는 이 해변이 좋다내가 선택한 이 해변 만약에 어쩌다 나의 성이흔적없게 되더라도,…